[노트북]부동산 신앙
발행일 2019-07-08
김동필 사회부 기자
20세기 프랑스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가 생각한 '집의 장점'이다. 그는 경제논리가 아닌 자기만의 둥지 개념으로 집을 바라봤다.
2019년 현재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은 그의 말에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한국인에게 집은 곧 재산이다. 부를 쌓는데 욕망을 자극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대상이다. 그래서 바슐라르의 말은 우리에게 냉혹한 현실을 모르는 낭만에 불과할지 모른다.
집을 향한 우리의 욕망은 아파트입주예정자협의회(이하 입예협)를 통해 표출되곤 한다. 입예협을 통해 사람들은 아파트의 부동산 가치를 올리기 위해 열을 올린다.
벽을 대리석으로 바꿔달라, 오르막길에 열선을 설치해라, 흙 놀이터를 물놀이터로 바꿔라 등 입주 전후 아파트값을 높일 수 있는 요소를 찾아 건설사에 요구하며, 필요할 땐 단체행동까지 불사하는 용기도 보여준다.
이렇다 보니 유능한(?) 입예협은 입주예정자들 사이에서 일종의 '신격화'가 된다. 내 욕망이 투영된 집값을 올려주는 이들에게 맹신에 가까운 믿음을 보낸다.
최근 취재한 광교의 한 신규 아파트 단지도 마찬가지였다.
이 아파트는 분양가보다 아파트값이 두 배가량 상승했다. 그리고 그 중심엔 입예협이 있었다. 이들이 속한 비공개 카페에서 입예협은 절대적인 위치다. 입주민들은 입예협 임원들이 무엇을 하더라도 상관없다는 식이다.
공무원이 직위를 숨긴 채 회장을 맡고, 자신이 투자한 부동산으로 매물을 유도해도 문제없다고 했다. 오히려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하다며 수천만원을 건넸다. 보다 못한 입예협 임원이 이를 폭로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왜 그러냐"는 비난뿐이었다. 내부의 조롱과 왜곡을 견디지 못한 그는 결국 입을 닫았다.
집에 자신의 욕망을 투영하는 게 틀린 건 아니다. 다만, 과몰입과 맹신은 옳지 않다. 최소한 공(公)과 사(私)는 구분해야 하지 않을까.
/김동필 사회부 기자 phiil@biz-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