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엠Pick e사람]맥 끊긴 전통주택 이으려 20년간 목조주택 지은 이창헌 SGhomey 대표
입력 2020-09-24 16:15:26
이창헌 SGhomey(에스지홈이) 대표 모습. /박소연기자parksy@biz-m.kr
대한민국은 '아파트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전체 주택 중 아파트의 비율이 50.1%(통계청 '행정구역별 주택유형')로 절반을 넘어섰다. 2006년 41.8%를 차지하던 아파트 비율이 계속 높아져 결국 지난해 50% 선을 넘었다. 반면 단독주택 비율은 3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아파트가 판을 치는 우리나라에서 목조주택 외길을 걷는 이가 있어 눈길을 끈다. 이창헌 SGhomey(에스지홈이) 대표다.
이 대표의 소신은 전통적인 주택에 녹아있는 선조들의 철학을 되살리고, 환경과 안전까지 생각하는 '의미 있고 건강한 집'을 짓겠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건설회사와 주택회사에서 일하면서 다듬어진 꿈이다.
이 대표는 대림산업에서 이탈리아의 한 건설회사로 근무지를 옮겼다가 2000년대 초반 일본 3대 공업화 주택 기업으로 꼽히는 다카시마(高島, TAKASHIMA) 그룹으로 이직하면서 일본주택을 접했다. 당시 이 대표는 주택을 보고 우리나라의 한옥과 유사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고 한다. 삼국시대 때 일본으로 건너간 백제 건축 양식의 영향을 본 것이다.
반면 한국의 주택은 그렇지 않았다. 6·25 전쟁으로 다수의 주택이 소실됐다. 도시개발 등으로 우후죽순으로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주택의 비중도 줄었다. 나아가 주택에 녹아있던 조화와 상생을 뜻하는 천지인, 인·의·예·지·신을 강조한 유교 등 다양한 사상도 희미해지는 양상이다. 어찌 보면 우리 선조들의 주거양식과 사상을 일본이 더 잘 계승하고 있는 셈이다.
이 대표는 그런 부분이 아쉽다고 했다. 그리고 지난 2017년 7월 귀국하면서 이런 생각을 가졌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일본집, 일본주택이라고 표현한다. 그게 자존심 상하고 억울하기도 하더라. 옛것을 지키는 방법이 뭘까 생각하다가 한국인으로서 한국에 한국 것을 가지고 와 이게 진짜 우리나라 기술이라는 것을 알리겠다."
2017년 8월 주택디자인연구소 에스지홈이를 설립한 그는 한국에서 중목구조(重木構造) 목조주택을 짓는 중이다. 가장 오래된 친환경 건축재료로 살아 숨쉬고, 오래가면서 튼튼한 집을 만들기 위해서다.
흔히 나무로 지어진 집은 콘크리트보다 약하고 화재에 취약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나무는 크면 클수록 불이 붙었을 때 녹아내려 소멸하는 게 아니라 탄화가 돼 목탄이 된다. 큰 틀은 남아있는 셈이다.
또 연약한 재료라는 편견과 달리 목재의 압축강도는 콘크리트보다 2.5배가량 높으며 천연 제·가습기 기능도 한다. 목재는 늘 수분을 머금고 있는데, 비가 왔을 때는 습기를 끌어들이고 건조할 때는 습기를 내뿜는다.
이런 나무들이 이 대표의 중량 목구조 공법을 만나면 그야말로 살아 숨 쉬는 집이 된다. 중량 목구조 공법은 자재와 부자재를 공장에서 정밀하게 로봇으로 가공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조립 시 못은 들어가지 않으며 나무와 나무끼리 결합하는 데 이때 통기층을 만들어 나무가 항상 숨 쉴 수 있게 적정한 공간을 둔다. 통풍이 안 되면 나무가 썩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게다가 통기층이 있으면 단열 성능도 향상된다.
그가 최근에 설계한 화성시 동탄면 장지리 소재 타운하우스 '묵화원'도 중량 목구조 공법으로 지어졌다. 실제 바람의 길을 만든다는 콘셉트의 H타입 견본주택을 방문해본 결과 별다른 냉·난방을 하지 않았는데도 쾌적함을 느꼈다.
디자인도 눈길을 끄는 요소다. 이 대표가 설계하는 집에는 저마다 스토리가 있다. 오로지 아내를 위한 집이 콘셉트인 파주 '처위당', 복이 햇살처럼 내리는 집이기를 바라는 '지현재' 등이다.
이 대표의 소신은 전통적인 주택에 녹아있는 선조들의 철학을 되살리고, 환경과 안전까지 생각하는 '의미 있고 건강한 집'을 짓겠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건설회사와 주택회사에서 일하면서 다듬어진 꿈이다.
이 대표는 대림산업에서 이탈리아의 한 건설회사로 근무지를 옮겼다가 2000년대 초반 일본 3대 공업화 주택 기업으로 꼽히는 다카시마(高島, TAKASHIMA) 그룹으로 이직하면서 일본주택을 접했다. 당시 이 대표는 주택을 보고 우리나라의 한옥과 유사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고 한다. 삼국시대 때 일본으로 건너간 백제 건축 양식의 영향을 본 것이다.
반면 한국의 주택은 그렇지 않았다. 6·25 전쟁으로 다수의 주택이 소실됐다. 도시개발 등으로 우후죽순으로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주택의 비중도 줄었다. 나아가 주택에 녹아있던 조화와 상생을 뜻하는 천지인, 인·의·예·지·신을 강조한 유교 등 다양한 사상도 희미해지는 양상이다. 어찌 보면 우리 선조들의 주거양식과 사상을 일본이 더 잘 계승하고 있는 셈이다.
이 대표는 그런 부분이 아쉽다고 했다. 그리고 지난 2017년 7월 귀국하면서 이런 생각을 가졌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일본집, 일본주택이라고 표현한다. 그게 자존심 상하고 억울하기도 하더라. 옛것을 지키는 방법이 뭘까 생각하다가 한국인으로서 한국에 한국 것을 가지고 와 이게 진짜 우리나라 기술이라는 것을 알리겠다."
2017년 8월 주택디자인연구소 에스지홈이를 설립한 그는 한국에서 중목구조(重木構造) 목조주택을 짓는 중이다. 가장 오래된 친환경 건축재료로 살아 숨쉬고, 오래가면서 튼튼한 집을 만들기 위해서다.
동탄면 장지리에 분양중인 타운하우스 '묵화원' 전경. /(주)SG homey 제공
흔히 나무로 지어진 집은 콘크리트보다 약하고 화재에 취약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나무는 크면 클수록 불이 붙었을 때 녹아내려 소멸하는 게 아니라 탄화가 돼 목탄이 된다. 큰 틀은 남아있는 셈이다.
또 연약한 재료라는 편견과 달리 목재의 압축강도는 콘크리트보다 2.5배가량 높으며 천연 제·가습기 기능도 한다. 목재는 늘 수분을 머금고 있는데, 비가 왔을 때는 습기를 끌어들이고 건조할 때는 습기를 내뿜는다.
이런 나무들이 이 대표의 중량 목구조 공법을 만나면 그야말로 살아 숨 쉬는 집이 된다. 중량 목구조 공법은 자재와 부자재를 공장에서 정밀하게 로봇으로 가공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조립 시 못은 들어가지 않으며 나무와 나무끼리 결합하는 데 이때 통기층을 만들어 나무가 항상 숨 쉴 수 있게 적정한 공간을 둔다. 통풍이 안 되면 나무가 썩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게다가 통기층이 있으면 단열 성능도 향상된다.
그가 최근에 설계한 화성시 동탄면 장지리 소재 타운하우스 '묵화원'도 중량 목구조 공법으로 지어졌다. 실제 바람의 길을 만든다는 콘셉트의 H타입 견본주택을 방문해본 결과 별다른 냉·난방을 하지 않았는데도 쾌적함을 느꼈다.
디자인도 눈길을 끄는 요소다. 이 대표가 설계하는 집에는 저마다 스토리가 있다. 오로지 아내를 위한 집이 콘셉트인 파주 '처위당', 복이 햇살처럼 내리는 집이기를 바라는 '지현재' 등이다.
목조주택 특유의 소재와 공간구조를 보여주고 있는 동탄 타운하우스 '묵화원'. /(주)SG homey 제공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MBC '구해줘! 홈즈'에서 대나무중정하우스로 소개된 파주 '조연당'이다. 조연당의 콘셉트는 '추억을 만들어가는 집'이다. 이층집인데도 계단을 숨겨놔 공간을 넓게 뺐으며 집 한가운데에 하늘이 뻥 뚫린 대나무 정원이 있다. 이 공간은 7인 가족이 둘러앉아 얘기를 나눌 수 있을 정도다. 설계와 인테리어, 스토리까지 더해진 덕에 조연당은 해당 방송에 출연한 의뢰인의 선택을 받았다.
이 대표는 "집에서 가족과 어떤 일을 했었고, 행복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집을 만들고자 한 것이 좋은 결과를 낳았다"면서도 "방송 이후 200~300통가량 문의가 왔다. 방송에 소개된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반응이 뜨거울 줄은 몰랐다"고 쑥스러워했다.
사실 이 대표가 지은 집은 늘 실수요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도 그럴 것이 클라이언트와 어떤 집을 지을지 건축 여행을 떠나고, 지속적인 소통을 한 뒤에 설계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짜맞춘 설계에 사람의 삶을 맞추는 것이 아닌, 살아온 환경과 삶에 맞춰서 집을 짓는 것이다.
이 대표는 "앞으로 30년, 내지는 50년간 살아야 할 집의 디자인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설계를 일찍 끝내는 것은 굉장히 건방진 행동이라 생각한다. 단순히 나를 위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정도면 됐어'라고 끝내겠지만, 집은 제 것이 아닌 고객의 것이다. 때문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 '여기까지 했으면 됐어' 등의 생각은 감히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회사 이름이 '홈이'다. 집을 두고 하우스(HOUSE), 홈(HOME)이라고 표현하는데, 저는 하우스보다 깊이가 있는 것이 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제가 디자인한 집에 고객이 들어갔을 때 감동할 수 있는 그런 디자인을 하고 싶다.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한 추억이 가득한 집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안면도 저층 호텔과 제주도 타운하우스 단지, 용인 주택 등 3가지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다. 고객을 위한 설계로 늘 실수요자들에게 감동을 준 이 대표의 다음번 설계가 벌써 궁금해진다.
이 대표는 "집에서 가족과 어떤 일을 했었고, 행복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집을 만들고자 한 것이 좋은 결과를 낳았다"면서도 "방송 이후 200~300통가량 문의가 왔다. 방송에 소개된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반응이 뜨거울 줄은 몰랐다"고 쑥스러워했다.
사실 이 대표가 지은 집은 늘 실수요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도 그럴 것이 클라이언트와 어떤 집을 지을지 건축 여행을 떠나고, 지속적인 소통을 한 뒤에 설계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짜맞춘 설계에 사람의 삶을 맞추는 것이 아닌, 살아온 환경과 삶에 맞춰서 집을 짓는 것이다.
이 대표는 "앞으로 30년, 내지는 50년간 살아야 할 집의 디자인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설계를 일찍 끝내는 것은 굉장히 건방진 행동이라 생각한다. 단순히 나를 위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정도면 됐어'라고 끝내겠지만, 집은 제 것이 아닌 고객의 것이다. 때문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 '여기까지 했으면 됐어' 등의 생각은 감히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회사 이름이 '홈이'다. 집을 두고 하우스(HOUSE), 홈(HOME)이라고 표현하는데, 저는 하우스보다 깊이가 있는 것이 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제가 디자인한 집에 고객이 들어갔을 때 감동할 수 있는 그런 디자인을 하고 싶다.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한 추억이 가득한 집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안면도 저층 호텔과 제주도 타운하우스 단지, 용인 주택 등 3가지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다. 고객을 위한 설계로 늘 실수요자들에게 감동을 준 이 대표의 다음번 설계가 벌써 궁금해진다.
/윤혜경기자 hyegyung@biz-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