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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사는 망했다" 대검 직원이 블라인드에 쓴 LH 투기의혹 글 화제

입력 2021-03-09 11:5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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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흥 신도시가 들어설 부지를 LH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3일 오후 LH 직원 매수 의심 토지인 시흥시 과림동 667번지 일대에 묘목이 식재되어 있다. 2021.3.3 /김금보기자 artomate@biz-m.kr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 수사에 검찰이 배제된 가운데, 한 검찰 직원이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 쓴 글이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8일 블라인드에서 본인을 대검찰청 직원이라 밝힌 이는 '검찰수사관의 LH 투기의혹 수사지휘'라는 제목으로 게시물을 작성했다.

글쓴이는 "LH 투기의혹에서 검찰 빠지라고 하니 우린 지켜보는데 지금까지 상황에 대해 한마디 쓴다. 이 수사는 망했다. 경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할 거야"라고 말했다. 정부가 오히려 증거인멸할 시간을 벌어주고 있어 이같이 결론을 내렸다는 게 글쓴이의 설명이다.

그는 현재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3기 신도시 토지거래 전수조사, 차명거래 확인, 등기부등본과 LH 직원 대조 등에 대해 "다 쓸데없는 짓"이라고 평했다. 등기에 남아 있어 언제든지 확인이 가능하므로 수사가 어느정도 진행된 뒤에 진행해도 늦지 않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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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게시판 블라인드 앱에 올라온 검찰 직원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수사지휘 비판 글. /블라인드 캡처


글쓴이는 가장 먼저 진행해야 할 수사는 국토교통부, LH, 3기 신도시로 신규 지정된 광명·시흥 지구의 부동산업계, 묘목공급업체, 지분컨설팅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일단 두팀으로 나눠 한팀은 이번 지구단위계획이 기안되고, 중간결재, 최종결재되는 라인과 이 정보를 공람했던 사람, 그리고 관련 지구계획 세부계획을 짜고 지도디자인한 사람, 2011년 보금자리 지정했다가 해제하고 이번에 다시 진했던 결재라인, LH에서 보상규모 견적 짠 사람, 해당 내용이 유출됐을 것을 고려해 회사내 메신저, 이메일, 공문결재라인과 담당자 통신사실 1년치를 압수해야지"라고 말했다. 이렇게 진행하면 상당 시간이 소요되는 전수조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게 글쓴이의 주장이다.

또 "나머지 팀은 최근 5년간 광명시흥 토지거래계약자들 금융거래 압수수색해 연결계좌 확인해 돈이 누구한테와서 토지거래가 됐는지 도표 만들고 입금계좌 계속 따라가면 된다"며 "이렇게 투트랙으로 가다 두팀 수사경과 보다가 일련의 흐름이 보인다. 뿌리만 찾으면 다음은 쉽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재 정부의 수사대로라면 하위직 직원 몇명만 벌금에 처해지고 끝날 것이라 내다봤다. 글쓴이는 "저렇게 토지거래 전수조사하면 윗선은 누락되고 피래미 직원밖에 안 나온다. 선배들은 똑똑하게 차명으로 쏙 빠져나가고 선배들이 하니까 안전하다고 생각해 실명으로 한 후배만 다 걸릴 게 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윤총장이 말씀하셨지. 공적 정보를 도둑질해서 국민에게 피해입히고 증거인멸할 시간 벌어준다"며 "여기에 답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수사는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쓴이는 "논란 나온지가 언제냐. 주말에 정리해 영장청구하고 최소한 오늘 쯤엔 영장받아서 들어가야지 이제 합동수사단을 만든다고 하냐"며 "이런거 하고 싶어하는 검사랑 수사관들 너무 많은데 안타깝다. 법치가 무너지고 있다"고 한탄하며 글을 마쳤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9일 오전 LH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윤혜경기자 hyegyung@biz-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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