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면 물이 줄줄 새요"…갈 길 바쁜 안양 비산동 가로주택정비사업
조성 40년이나 지난 동산아파트·일진아파트 곳곳 균열
수돗물 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는 열악한 상황에 한숨
농협 부지매입 문제 '브레이크' 걸려 어려움 호소
입력 2021-05-07 16:04:38
1981년에 준공된 안양시 동안구 비산동 동산아파트. 2021.5.6. /윤혜경기자hyegyung@biz-m.kr
"모터가 없으면 물을 쓰기도 힘들고, 집이 붕괴될까 걱정이에요"
전국적으로 비가 쏟아진 4일 오전 11시. 안양시 동안구 비산동 571-2 일원 동산·일진아파트·상가 재건축추진진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주민들은 피해가 막심하다며 하루빨리 정비사업이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동산아파트(5층, 2개 동, 45가구)와 일진아파트(5층, 1개 동, 19가구)는 각각 1981년, 1983년에 준공됐다. 올해로 41살, 39살이 된 셈. 재건축 추진이 가능한 연한을 훌쩍 넘긴 아파트인 만큼 내·외부 모두 성한 곳이 없었다. 쩍쩍 갈라진 틈새를 메꾸기 위해 아파트 벽면에 군데군데 발라진 페인트와 한쪽으로 기울은 실외 화장실, 내려앉은 지반 등 잠깐 둘러본 것 만으로도 불편해 보이는 것들이 상당했다.
전국적으로 비가 쏟아진 4일 오전 11시. 안양시 동안구 비산동 571-2 일원 동산·일진아파트·상가 재건축추진진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주민들은 피해가 막심하다며 하루빨리 정비사업이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동산아파트(5층, 2개 동, 45가구)와 일진아파트(5층, 1개 동, 19가구)는 각각 1981년, 1983년에 준공됐다. 올해로 41살, 39살이 된 셈. 재건축 추진이 가능한 연한을 훌쩍 넘긴 아파트인 만큼 내·외부 모두 성한 곳이 없었다. 쩍쩍 갈라진 틈새를 메꾸기 위해 아파트 벽면에 군데군데 발라진 페인트와 한쪽으로 기울은 실외 화장실, 내려앉은 지반 등 잠깐 둘러본 것 만으로도 불편해 보이는 것들이 상당했다.
안양시 동안구 비산동 일진아파트. 2021.5.6. /윤혜경기자hyegyung@biz-m.kr
내부도 마찬가지였다. 복도 벽면에는 금이 가득했고, 하얀색으로 발랐던 페인트는 수명을 다한 것인지 벗겨지고 있었다.
오래된 저층아파트라 엘리베이터도 없다. 동산아파트 B동에 거주 중인 김모(75) 할머니는 계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오를 때마다 다리가 아프다고 했다. 김 할머니를 따라 계단을 한참 올라 도착한 집은 문턱이 고르지 못해 현관문을 열기조차 쉽지 않았다.
오래된 저층아파트라 엘리베이터도 없다. 동산아파트 B동에 거주 중인 김모(75) 할머니는 계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오를 때마다 다리가 아프다고 했다. 김 할머니를 따라 계단을 한참 올라 도착한 집은 문턱이 고르지 못해 현관문을 열기조차 쉽지 않았다.
동산아파트 B동 김모(75) 할머니네 집 내부. 아들내외가 사용하는 이방은 비로 인해 천장이 썩어 내려 앉은 상태다. 2021.5.6. /윤혜경기자hyegyung@biz-m.kr
김 할머니는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해인 1988년 4월 25일 동산아파트로 이사했다. 이전에 살던 집은 주택이어서 손 볼 곳이 너무 많았는데, 아파트는 이런 걱정을 안 해도 될 것이라고 판단해 이사를 했다. 그는 연탄보일러를 가스보일러로 교체하고, 천장과 바닥 등 집의 모든 곳을 전부 수선해 입주했다.
아파트는 편리할 것이란 생각과 달리 이곳에서도 집 보수는 계속해야만 했다. 무너져 내린 천장을 수선한 것만 수차례. 물이 새 얼룩덜룩해진 벽지도 여러 번 갈았지만, 장마철만 되면 '도로아미타불'이 됐다. 김 할머니는 "비만 오면 물이 새서 한강이 돼. 아주 징그러워 죽겠어"라고 한탄했다. 최근 김 할머니는 벽지 교체를 포기했다.
그가 내려놓은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김 할머니는 정수기도 포기했다. 모터를 틀지 않으면 물이 잘 나오지 않고, 나오더라도 쇳가루나 녹이 섞인 물이 나와 필터가 적색이 되는데, 아무리 거르더라도 이런 물을 마시기 찝찝했다고 했다. 결국 할머니는 투명한 주전자에 물을 끓여 먹는 방법을 택했다.
김 할머니는 "모터를 안 틀면 세탁기가 안 돌아가 빨래도 못 한다. 근데 모터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고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들 내외랑 같이 사는데, 며느리 방 천장이 다 썩어 내려앉았다. 며느리가 '엄마, 올 여름에 어떡해요. 무서워서 못 자겠어요'라고 얘기해서 '어쩌냐,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다 그러는데'라고 말했다"고 한탄했다.
아파트는 편리할 것이란 생각과 달리 이곳에서도 집 보수는 계속해야만 했다. 무너져 내린 천장을 수선한 것만 수차례. 물이 새 얼룩덜룩해진 벽지도 여러 번 갈았지만, 장마철만 되면 '도로아미타불'이 됐다. 김 할머니는 "비만 오면 물이 새서 한강이 돼. 아주 징그러워 죽겠어"라고 한탄했다. 최근 김 할머니는 벽지 교체를 포기했다.
그가 내려놓은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김 할머니는 정수기도 포기했다. 모터를 틀지 않으면 물이 잘 나오지 않고, 나오더라도 쇳가루나 녹이 섞인 물이 나와 필터가 적색이 되는데, 아무리 거르더라도 이런 물을 마시기 찝찝했다고 했다. 결국 할머니는 투명한 주전자에 물을 끓여 먹는 방법을 택했다.
김 할머니는 "모터를 안 틀면 세탁기가 안 돌아가 빨래도 못 한다. 근데 모터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고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들 내외랑 같이 사는데, 며느리 방 천장이 다 썩어 내려앉았다. 며느리가 '엄마, 올 여름에 어떡해요. 무서워서 못 자겠어요'라고 얘기해서 '어쩌냐,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다 그러는데'라고 말했다"고 한탄했다.
동산아파트에서는 수도꼭지를 최대로 돌려도 물줄기가 약하게 나온다. 2021.5.6. /윤혜경기자hyegyung@biz-m.kr
다른 주민들의 주거 여건도 비슷하다. 1984년부터 거주했다는 곽모(70) 할머니는 "수도가 오래돼서 물도 잘 안 나온다. 오죽했으면 안양시에서 물차를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물을 가지고 오를 엄두가 안 나 거절했다"며 "졸졸 나오는 물을 받아다가 빨래를 하고, 밥하고 설거지하고 그런다"고 하소연했다.
조모(80) 할머니는 "파이프에서 녹물이 나오지만 계량기를 고치지 못한다. 수도관이 너무 오래돼 부러질까 봐 고치지 못하겠다며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누진이 돼 수도요금이 많이 나와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답답해했다. 주민과 함께 내려간 지하실도 누수가 심해 동마다 커다란 통을 놓고 수시로 물을 퍼내고 있었다.
인근 상가 상황도 열악하다. 천모(42)씨는 "주차공간이 협소해 상가 이용객이 불법주차를 할 수밖에 없는데, 얼마 전 상가에 붙어 있던 타일이 외제차에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었다"며 "수리비가 700만원 가까이 나왔는데, 이걸 상가별로 조금씩 부담해야 한다. 문제는 건물이 노후화돼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조모(80) 할머니는 "파이프에서 녹물이 나오지만 계량기를 고치지 못한다. 수도관이 너무 오래돼 부러질까 봐 고치지 못하겠다며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누진이 돼 수도요금이 많이 나와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답답해했다. 주민과 함께 내려간 지하실도 누수가 심해 동마다 커다란 통을 놓고 수시로 물을 퍼내고 있었다.
인근 상가 상황도 열악하다. 천모(42)씨는 "주차공간이 협소해 상가 이용객이 불법주차를 할 수밖에 없는데, 얼마 전 상가에 붙어 있던 타일이 외제차에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었다"며 "수리비가 700만원 가까이 나왔는데, 이걸 상가별로 조금씩 부담해야 한다. 문제는 건물이 노후화돼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주민이 촬영한 크랙모니터에는 빨간색 눈금자가 있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빨간색 눈금도 사라지고 크랙이 심해지고 있다. 2021.5.6./윤혜경기자hyegyung@biz-m.kr
편안함을 느껴야 할 삶의 터전에서 불편함과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 상황. 이에 주민들은 2019년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을 설립,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른바 '미니 재건축'으로 불리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한 1만㎡ 미만의 가로구역에서 종전의 가로를 유지하면서 소규모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소규모인 만큼 절차도 간단하다. 정비기본계획수립, 정비계획수립, 구역지정, 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거쳐야 조합설립인가를 받을 수 있는 재건축·재개발 등 기존정비사업과 달리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조합설립인가가 사업의 첫걸음이다. 이후 절차는 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계획포함), 착공신고, 준공 및 입주, 청산 및 조합 해산이다. 이처럼 절차가 비교적 간단하기 때문에 시간이 단축되는 것이 특징이다.
소규모인 만큼 절차도 간단하다. 정비기본계획수립, 정비계획수립, 구역지정, 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거쳐야 조합설립인가를 받을 수 있는 재건축·재개발 등 기존정비사업과 달리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조합설립인가가 사업의 첫걸음이다. 이후 절차는 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계획포함), 착공신고, 준공 및 입주, 청산 및 조합 해산이다. 이처럼 절차가 비교적 간단하기 때문에 시간이 단축되는 것이 특징이다.
안양농협 비산지점과 상가 사이로 동산아파트가 보인다. 2021.5.6. /윤혜경기자hyegyung@biz-m.kr
그러나 이곳은 현재 사업진척이 더디다. 비산동 가로주택정비조합이 사업성 확보를 위해 도로로 둘러싸인 가로 안에 있는 안양농협 비산점을 매입해 사업지에 포함하려고 하고 있으나 현재 안양농협 조합장이 송사 문제로 2019년 5월부터 사실상 공석이라 '브레이크'가 걸려있다. 안양농협 비산점의 면적은 2천965㎡로 전체 부지의 45%에 달하는 데다 사업지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어 매입이 안 된 상황에서 사업 추진은 힘들다는 설명이다.
조합원인 유기현(67)씨는 "우리 사업의 핵심은 농협 부지 매입이다. 농협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조합장의 재판 문제가 불거졌는데, 작년 10월 1심에서 패소했고 지난달 23일 항소도 기각됐다. 농협 임직원들은 농협 조합장이 공석이나 마찬가지니 보궐선거로 그 자리가 충원되면 논의하자는 입장"이라며 "안양시에서는 적극 협조해 주고 있는 상황이고, 농협 이사진과 임원도 협조를 해주려고는 하지만 농협 내부적인 문제로 1년 이상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원인 유기현(67)씨는 "우리 사업의 핵심은 농협 부지 매입이다. 농협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조합장의 재판 문제가 불거졌는데, 작년 10월 1심에서 패소했고 지난달 23일 항소도 기각됐다. 농협 임직원들은 농협 조합장이 공석이나 마찬가지니 보궐선거로 그 자리가 충원되면 논의하자는 입장"이라며 "안양시에서는 적극 협조해 주고 있는 상황이고, 농협 이사진과 임원도 협조를 해주려고는 하지만 농협 내부적인 문제로 1년 이상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업 면적에 농협부지가 포함돼 있다 보니, 농협을 매입하지 않은 상태로는 건축심의를 넣을 수 없다. 우리가 안양시에서 첫 번째로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이 설립됐는데, 조합설립은 돼 있지만 농협의 조건부 동의를 받지 못한 상황이다 보니 전진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기 출범하는 농협 관계자들이 주민들의 고충을 헤아려 협조해주길 바란다는 게 유씨의 부연이다.
조합에 따르면 비산동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동산아파트와 일진아파트, 일진상가 등을 허물고 최고 40층 아파트 220가구 및 오피스텔 450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윤혜경기자 hyegyung@biz-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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