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부지 용인 원삼면 토지거래 활발… 투기 변질 우려
입력 2019-02-27 13:44:10
총 120조원이 투입될 세계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로 용인이 선정됐다. 사진은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로 신청한 용인시 원삼면 일대.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부지로 용인시 원삼면 일대를 사실상 확정한 가운데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기 훨씬 이전부터 1천여건 넘는 토지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나 이미 투기장으로 변질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특히 토지거래 중 기획부동산 사기 수법으로 주로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진 지분거래가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관할당국의 실태 파악이 시급하단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21일 SK하이닉스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날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 조성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인 ㈜용인일반산업단지가 전날 용인시에 투자의향서를 공식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총 120조원이 투입될 세계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 용인 원삼면 일대로, 약 448만㎡ 규모다.
이처럼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를 최종 선택하면서 해당 지역이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수년 전부터 전형적인 농촌지역이자 용인에서도 가장 낙후된 곳으로 꼽히는 원삼면 일대 토지 거래가 1천여건 이상 이뤄지는 등 투기 광풍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최근 3년간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예정인 독성리, 죽능리, 학일리뿐 아니라 고당리 등 원삼면 전역에서 매달 평균 50건 이상의 손바뀜이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용인 원삼면 일대 토지거래 현황./국토교통부 제공
실제 지난 2016년 832건이었던 토지 거래가 2017년 1천42건, 2018년 1천189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 기간 토지거래를 분석한 결과 투자자들에게 싼 땅을 저렴하게 매입한 뒤 개발 호재 등을 홍보하면서 쪼개 팔아 수십 배의 이윤을 창출하는 지분거래도 해마다 수십여건씩 진행된 것으로 나타나 투기가 극성을 부리는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나오고 있다.
원삼면 일대는 지난해 12월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로 거론된 이후 이미 땅값이 30∼40% 상승했고, 부동산사무소가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삼면 일대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1~2년 전부터 급작스레 토지거래가 많이 이뤄지는 건 사실"이라며 "지금도 시세를 묻는 등 문의도 많고, 직접 찾아오는 손님들도 많이 있지만, 거래할 수 있는 물건이 없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렇다 보니 애꿎은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당국의 적절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높아지고 있다.
인근의 또 다른 부동산사무소 관계자는 "용인에서 가장 낙후된 곳으로 꼽히는 이곳에 개발 바람이 불고 있고 외지인들의 발길도 잦아들고 있다"며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기획부동산이 활개 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피해자 양산을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부지가 확정되면 SK하이닉스는 공장부지 조성이 완료되는 2022년 이후 총 12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생산시설 4개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상훈기자 sh2018@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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