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수도권 족쇄 손볼 때 됐다
경기남부, 세계최대 반도체 제조거점 부상
공장신설·교통·환경영향평가 모두 거쳐야
작금의 장기 불황 '수도권경제 옥죈 탓' 커
'100년 산업정책' 정치논리에 휘둘려선 안돼
발행일 2019-02-27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경기도 남부지역이 세계최대의 반도체 제조거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용인시 원삼면 바로 옆에는 삼성전자의 17개 메모리공장(기흥, 화성라인)이 있다. 지근거리의 이천시에 위치한 SK하이닉스의 기존 반도체단지까지 합치면 '반도체 트라이앵글'지대가 형성되는 것이다. 삼각벨트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500여 곳 내외의 국내외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 업체들이 몰려 있다. 장차 이곳에서만 연간 70조~100조원의 반도체가 생산되어 중국 반도체 굴기에도 강력한 대항마가 된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안심하긴 이르다. 수도권은 공장신설이 제한되는 지역이기 때문에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재하는 수도권정비위원회에서 공장용지로 승인을 받아야 하는 데다 교통, 환경영향평가도 모두 통과해야 된다. 정부는 민간의 투자의욕을 돕기 위해 각종 절차를 서두르는 분위기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에 산업단지 공급물량 추가 공급(특별물량)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3차 수도권정비계획에 따른 국가적 필요성 검토를 거쳐 수도권정비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하는 것이다. 예정대로라면 심의는 오는 3월 중 개시된다.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 통과 및 산업단지 지정계획 반영·고시 등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는 2022년 첫 번째 제조공장(Fab) 착공에 나설 전망이다.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이 관건이다. 이번에 용인시와 함께 경쟁에 나섰던 천안, 청주, 구미시는 일제히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규 반도체 단지의 용인시 입주는 국가 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이라는 현 정부의 기조에 정면으로 역행하고 지속가능한 발전도 저해하는 행위"라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정치적인 지역안배와 같은 돌발변수가 나올 경우 예상일정보다 더 늦게 정부승인이 날 수 있다"며 우려했다. 벌써부터 지역의 표심을 의식해 최종결정을 내년 총선 이후로 미룰 수 있다는 말들도 나온다. 더구나 내년이면 문재인정부 임기가 1년여밖에 남지 않아 레임덕도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최근 미국 뉴욕주의 '멘붕'이 떠올려진다. 세계최대의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지난 8일 신규고용 2만5천여 명의 '뉴욕 제2본사' 계획을 철회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아마존은 작년 11월에 뉴욕 롱아일랜드시티에 제2본사 부지 선정을 발표한 바 있다. 뉴욕시는 아마존에 30억 달러의 인센티브를 제시해서 지자체들과의 유치경쟁에서 승리했지만 물거품이 되고만 것이다. 아마존 유치에 올인 했던 앤드류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민주당이 장악한 뉴욕의 정치권에 비난을 퍼부었다. 진보진영에서는 아마존 제2본사가 들어서면 인근의 집값이 올라 수많은 사람들이 외곽지역으로 쫓겨날 것이라며 반대논리를 펴온 것이다.
'한물 간' 수도권규제가 화근이다. 영국은 1982년에 수도권공장 허가제를 완전히 폐지했으며 독일은 한술 더 떠 아예 수도권의 선택과 집중으로 방향을 틀었다. 글로벌 경쟁이 심해지자 일본정부는 2000년에 '수도권정비법'을 대폭 개정해서 수도권지역을 반경 300㎞로 확대하고 수도권 공장설립 제한도 철폐했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는 수도권경제가 위축될수록 수도권-지방경제 사이의 양극화는 더 심화될 뿐이다. 작금의 한국경제 장기부진도 수도권경제를 옥죈 탓이 크다. 100년 대계의 산업정책이 미국 뉴욕처럼 정치논리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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